추상 충동

| 3 Comments
보링거(Wilhelm Worringer)라는 사람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처럼 축복받은 땅에선 인간과 자연 사이에 행복한 범신론적 친화 관계가 이루어진다. 이 때 사람들은 '감정 이입 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그리스 예술처럼 유기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양식이 발달한다. 하지만 이집트처럼 자연환경이 척박한 곳에선 광막한 외부 세계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내적 불안감을 일으킨다. 이 때 사람들은 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추상 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추상적. 기하학적 양식이 발달한다.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가혹한 환경은 정말로 추상화, 개념화를 낳는가? 사랑을 얻지 못한 자는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고, 사랑을 얻은 자는 키스를 할 뿐이다. 노동계급은 자본의 운동에 대해서 고민하고, 유한有閑 계급은 여유있게 소비할 뿐이다.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자는 문법을 익히지만,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그저 떠오르는 대로 말할 뿐이다. 사막 위에 거대한 피라미드가 세워지듯, 강력한 사유체계를 얻고 싶어하는 내 충동은 어디에서 근거한 것일까?

3 Comments

내일(8월8일)은 입추立秋란다.
그렇담 여름은 이미 지나가고..
다가오는 가을엔 다들 멋진 키스를 하게될 뿐이길..

이론도 지겹고, 고민도 지겹다. 놀자꾸나 룰루랄라.

그것은 아마도 네 유전자에 기인한 것 아닐까

Monthly Archives

Pages

Powered by Movable Type 5.14-en

About this Entry

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pocorall published on August 7, 2003 4:20 AM.

오리엔탈리즘 was the previous entry in this blog.

결핍은 나의 힘 is the next entry in this blog.

Find recent content on the main index or look in the archives to find all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