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참 오랜만이었다.
교정 곳곳에 솟아난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이 "그래, 넌 오랜만에 학교에 온 거야" 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낮가림을 많이 하는 나는 익숙한 모습을 보고 싶어 걸음을 앞당겼다.
대학원 뒷길에서부터 다람쥐길을 따라가니 예전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곳이 내가 입학한 이후로 학교 안에서 가장 덜 변한 곳인것 같다. 너무 자주 다니지도, 너무 가끔 가지도 않은 이 길이 1학년 때의 모습 그대로 있었다. 이 길을 걷던 계절은 몽땅 생각해 내겠다는 양으로 황소걸음을 하다가, 난데없이 겁이 덜컥 났다.
세월은 흘렀는데, 길은 그대로이고, 설마 길을 걷는 나도 그대로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나니 갑자기 이 길도 불편해진 것이다. 결핍은 나의 힘. 어떻게든 채우고 싶은 본능이 분위기를 잡쳤다. 아직 어리숙하기 때문일까, "좀 그대로면 어때"하는 베짱이 생기지 않았다. 승자의 여유는 언제쯤 누릴 수 있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