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부

내가 매우 좋아하는 IT컬럼니스트인 안윤호씨는 시간이라는 주제를 즐겨 다룬다. 급변하는 IT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삶 자체도 급변하는 운명을 맞고 있으니, 시간이란 괴물은 누구에게든 커다란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의 경제학 - 시간을 정복한 남자>에서는 평생 시간기록부를 작성하며 물샐 틈 없이 시간을 관리해온 류비셰프라는 학자를 소개한다. 그는 하루동안 일한 내용들 각각에 경과한 시간을 분 단위로 기록하고, 나중에 통계를 낸다. 우리가 금전출납부를 작성하는 목적, 요령과 매우 유사하게 자신이 소비하는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나도 2005년 1월부터 매일 일한 내용을 기록하고, 월간, 연간으로 정리한다. 다만 류비셰프와 다른 점은 들인 시간을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이다. 사용한 시간을 분단위로 적는다면 꽤나 귀찮을테고, 시간이 많이 들 것이다. 시간기록부 작성 자체가 시간기록부에 작성할 만한 이벤트가 된다면 곤란하다. 그 다음으로는 철학적인 핑계인데, 대상들 각각이 갖고 있는 질적 차이를 양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물건이 화폐로 환원되는 현실도 피곤한데, 내가 한 일까지 교환가능한 것이 될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내가 사용한 시간을 누군가가 기록하고 통계내어 준다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pocorall 님이 August 1, 2007 2:46 A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이전 글: 신비한 힘들의 진리 [0]

다음 글: 변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