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
<오리엔탈리즘>과 <총, 균, 쇠>를 비교해 놓은 서평을 다시 읽어봤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푸코의 인식론에 대한 간단한 소묘가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범위 안에서는 그런대로 착실하게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철학적 교양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 속에서 지금은 그나마도 잊혀져 가고 있다. 다시 읽으면서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았단 말이야?’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요즘 기껏 짬을 내어 읽는 인문학은 <탐독>같은 서평집 정도인데, 그야말로 변죽이다. 지도를 본 것으로 내가 거길 다녀왔다고 인정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변죽만 울리지 말고 직접 머리를 싸매고 뛰어들어야지”
C++로 짠 어플리케이션에 도사리는 의문의 메모리 오류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이 디버거를 켜들고 직접 오류를 잡을 생각은 않고,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른 프로그램만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내가 한 말이었다. 생각해 보니 남에게 충고할 주제가 아니었구나.
서평집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결국은 푸코를 들먹이던 예전의 교양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시간이 없으니까’ 하면서 욕심이 앞선 마음에 펼치는 서평집에선 결국 들인 시간의 본전을 못 찾고야 마는 것이다.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싶으면 원전을 읽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부족한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물론 <탐독>은 읽어볼 만한 좋은 서평집인 것은 틀림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