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을 견뎌야 하는 절대적 빈곤의 시대부터, 가혹한 노동환경과 독재에 시달리던 시대까지,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모든 세대들은 각자 그들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을 겪으며 젊은 시절을 통과해 왔을 것이다. 앞선 세대들이 그들의 고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이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는 무거운 짐을 젊은이들이 지고 있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금의 20대가 갖고 있는 어려움은 새로운 종류의 것인데, 어느 세대보다도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체제에 저항하는 법을 알고 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의 대학생들은 신자유주의 경쟁 논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취업 예비생'의 모습으로만 살아가고 있다. 취업 재수생은 늘어나고, 어학연수나 인턴쉽의 형태로 졸업을 늦추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은 예삿일이 되어 있다. 지금의 20대들에게 윗 세대들이 다 커서도 부모 등골이나 빼먹는다는 힐난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 세대>는 세대내 경쟁이 아닌 세대간 경쟁으로 지금의 현상을 설명한다. IMF경제위기 이후로 경쟁이 촉진되어 가는 경제구도 속에서, 미리 사회에 진출한 이전 세대들이 새로 등장할 세대들의 '괜찮은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의 대학생은 토익과 해외어학연수에 몰두해도 데모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보낸 80년대 대학생보다 취업이 더 어려운 이유이다.
'나라도 먼저 솔선수범'의 방법으로는 이 세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내가 먼저 경쟁을 포기하면 나만 희생자가 되고 마는 잔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자 중 한명인 박권일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88만 원 세대와 '먹고사니즘'에서 개인적인 모범이 아니라 정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 젊은 세대들의 안정적인 사회진입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말이다. 이들이 제시한 문제의식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30%가 30분만 고민한다면 상황은 극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촛불은 쉽게 꺼지고, 사람들은 클릭할 뿐,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왜 사람들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일지 모른다.
Imagine, it's easy if you 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