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코드

발단은 아래 두 편의 동영상을 보게 된 것이었다.

말을 어찌나 맛있게 잘 하는지, 듣는 사람이 저절로 끌려들어가는 말솜씨에 흡수되다 시피 두 시간 짜리 강의를 들어치웠다. 그리고 책을 샀다.

중고생 입시 시장의 수요자는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다. 저자는 학부모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요령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교육시장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을 무기로 꽤나 돈을 모으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공부 내용이 아닌 공부법을 강의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동영상의 어떤 부분에서는 학원 강사들이 공부 내용만 가르치려 하고 공부법에 대해서는 잘 누설하지 않다고 질타하는 대목도 나온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의의 편이 된 양, 그동안 연구한 공부법에 대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알려주겠다고 한다. 학원 강사들이 밥줄이 위협받는다고 누설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비법을.

책장사 사탕발림에 넘어간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큰 기대는 안 하고 남성잡지 사는 정도의 호기심으로 온라인 주문을 했다. 그리고 역시 남성지 만큼의 호기심 해소 효과가 있었다. 책값은 남성지의 두 배지만.

성공 스토리에는 분명한 목표의식과 목표에 대한 철저한 방향 설정이 반드시 등장한다. 서울대 정도 들어간 인물들이라면 역시 입시에 대해 남다른 방향 설정이 있었던 사람들일 게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본다는 면에서는 소주 한 병에 두부김치 가격인 책값이 그리 무가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책 한 권이면, 누구라도 서울대에 갈 수 있다"라는 슬로건은 영 불편하다. 알만큼 알 것 같은 양반이 이런 뻔한 거짓말을 강의와 저서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양심이나 자의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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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pocorall published on April 20, 2008 5:3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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