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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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myhome.hanafos.com/~gerecter/gerecter.htm]


지금 이 백문백답 자기 소개를 만들면서 참고하는 사이트의 37번 항목이

뜬금없이 '사랑이란'이다.

뭐,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거냐.

그러나 최근의 정황상,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갑자기 여기에 대해서 당연히 인용하게 될 수 밖에 없는 말이 있다.

"사장님은 거울도 안보세요?

도대체 작업이 안되는 얼굴이잖아요.

그래서야 박민주라는 여자가 호르몬이 땡기겠어요?

사람이 첫눈에 뿅갈때 뇌에서 독타민이란 화학 호르몬이 분비되거든요.

독타민이 분비되는 기간은 18개월이고, 단순히 정신적 사랑에 관련된 호르몬이죠.

반면 육체적인 사랑에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관여하는데

일명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하죠."

뭐 어디에 나오는 말인지는 알 사람은 그냥 알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대강 뭐 어떤 거의 일부겠지 하고 상상하고 넘어가면 된다.

호르몬이 땡기는 게 사랑이라는 게 얼핏들으면 냉정한 알콜 냄새나는... 어감이

이상하군. 정정. 얼핏들으면 소독용 알콜 냄새나는 냉정하고 재수없는 과학자나

의사의 대사지만, 사실 뭐 그렇지도 않다.

어떤 사랑하는 사람을 단지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온몸에 그 사랑의

기운이 흘러서 눈 빛. 볼. 입술. 심장. 손가락 끝에 이르기까지 찌릿찌릿한

느낌에 가까운 긴장이 흐른다른 것. 나름대로 많이 로맨틱하지 않나.

사랑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될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사람이 세상을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최고로 기쁜 느낌을 줄 수 있는

기회임은 틀림없다.

전에 기뻤던 순간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멋있는 여학생한테

용기 내서 무진장 떨면서 데이트 신청했는데, 먹혀 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좀 더 극적인 경우를 상정하자.

아주 심도 있게 사랑스런 여학생이 있다고 치자.

얼마나 사랑스럽냐면. 평소 때는 이놈 저놈하고 농담따먹기 잘하는 나이지만,

그 여학생한테는 왠지 너무 멋있어 보이려고 하다보니까 어림없는 개폼만

잡으려다가 결국 실패 내가 생각하기에도 추한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여학생과 뭐 친해질 기회가 있겠냐.

결국 서먹서먹한 관계인데, 보기는 좋잖아. 먼발치에서 그냥 넋 빼놓고

감상을 하는 것이 주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언제 길가다가 마주치지나 않을까 하는 망상을 자주하고.

그래서 심지어 그 여학생이 자주 다니는 곳으로 자기도 괜히 다녀보고.

아주 가끔은 그 여학생이 나오는 꿈을 꿀 때도 있고, 꿈속에서는 영화처럼

그 여학생과 일이 잘 풀리기도 하고.

한편 자기 말고 다른 남학생이 - 이 남학생이 좀 한심한 놈이거나 나랑 원한

관계가 있으면 더욱 효과 만점 - 집적거려 좀 가까워진 듯 싶으면 그렇게

배아프고 질투나고 짜증나기 그지 없는 그런 대상이 있다고 치자.

심지어 공부를 잘하거나 돈을 벌거나 성공하는 것 조차도 항상

'성공해서 멋진 모습으로 저 여학생 앞에 나타나면 되게 폼나겠지'

하는 염두가 떠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목표로 두고 노력하게 되는

그런,

대형 그레이트 그랜드 사랑스런

여학생이 있다고 치자.

어느 비온 뒤에 개인 멋진 날.

심지어 환상적인 무지개 마저 보일 수 있는, 그러나 아직

촉촉히 젖은 도시의 청량함이 가득한 그런 날.

딱 적당한 살짝 시원한 산들바람이 볼에 미묘하게 느껴지는 데.

그 여학생이 돌아보는 모습에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그런 세상의 모습과 완벽히 어울리는,

'헉'하고 왠지 숨이 막힐 듯만한 느낌이 드는 신선한 - 형용사가

좀 이상하다만 - 그런 감동이 있는 것인데.

옆에서 딱 곽재식 같은 놈이 바람을 넣는 것이다.

"야, 인생을 한 번 살지 두 번 사냐. 잘되면 초특급 금괴로 가득찬

보물 상자가 있는 보물섬 발견이요, 못되어도 본전인데. 겁다는 건

좀 쪽팔리는 것 뿐인데. 아쉬울게 뭐냐. 밀어붙여라."

온갖 감언이설로 바람 넣는 친구놈과,

마음속 살짝 이는 '세상에 온갖 이상하게 생긴 넘들도 잘만 멋진 여자랑

다니던데, 나도 그 '이상하게 생긴 넘들'만큼 못할 건 뭐냐. 김국진도

이윤성이랑 결혼해서 애가 생긴다는데.'라는 오기에 가까운 어떤 세상의

불공정함에 대한 약한 분노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세상의 날씨와 그 아름다움의 근본적인

원인인 이 아름다운 여학생.

이 세 가지 원인 때문에 그 날따라 살짝 미쳐서.

이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옛날부터 너 정말 좋아했어."

일 수도 있고. 최근 들어 직접 초장에 면상에 대고 사용하는 말로는

활용 안되는 듯 하지만,

"사랑해."

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좀 이상하게

"야 오늘 날씨 정말 좋지 않냐. 이 시멘트 건물과 아스팔트 바닥이 젖어있는

느낌하고 아직 하얀 뭉게구름이 좀 남아 있는 파란 하늘하고 어울리니까.

이런 날씨 좋잖아...."

따위로 말을 시작해서 결국.

"너도 정말 예뻐보인다."

로 나가는.

어쨌거나 이렇게 이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사랑스런 여학생에게

이렇게 직접적인 상호 작용의 첫 손을 내밀었는데.

감격적이게도, 그리고 놀랍고도, 가슴 벅차오르게도.

아.

이 여학생도 사실은,

사실은 말이지.

가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내 생각을 하며 보내는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그 여학생도

사실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때 느껴지는

자동으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의식과 마음은 이미 사랑의 기쁨으로

하늘 끝을 날고 있기에 미소가 떠오르는지 표정관리가 어떤지 생각도 할 수

없는 즐거움.

그야말로 세상의 주인이 되어 그녀와 함께 무지개 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

무슨 일이건 다 해낼 수 있을 듯한 그 짜릿한 기쁨.

그것이야 말로, 인간이란 제한된 존재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멋진, 그야말로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아야 할만한 감동 아니겠는가.

더하기.

만약. "좋아했어."

해도, "그러냐? 그건 정말 고맙네. 그런데... 난 어쩌고 저쩌고 하니. 부담되네."

라는 말을 듣거나.

진지한 표정으로 "너도 정말 예뻐보인다." 해도,

"그냐? 헛소리 하기는. 너 어디가냐? 난 밥먹으러 갈래. 빠이빠이."

라는 사실상의 무관심 내지는 회피를 당했을 시에는.

꽤 좌절감이 분명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좌절감은,

방금 내가 행한,

이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뭔가 한 번 수작을 걸어보려고 할때 느껴지는 두근거림과 떨림.

자신에게 자꾸 용기를 내도록 획책하면서 심장을 진정시키고,

그러나 또 심장의 박동이 귀에 들리는 그 느낌.

이런 모든 멋진 모험과 기대, 짧은 순간에 온갖것이 꿈처럼 붕떠서

교차하는 그 강렬한 어떤 심리적인 느낌은,

비록 그 결과가 실패한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인생에 있어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랑하는 사람만의 행복이라고 본다.

내 생각에 사랑이란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6 Comments

맞어. 딱 그정도야.

경험이~? ^^그런것이 행복임과 동시에 아픔이지...

몇십번이고 도전해 본 경험이다.
헌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새가슴이되서 쫄기 마련이지.
한살이라도 어렸을때 과감히 도전해조길.

요즘 사랑이 하고 싶은가 보군. 하긴.

나같은 사람은 직선적으로 적극적인걸 좋아해서 그

런지.

너정말 예뻐보인다 라고 말하면. 정말? 그러고 웃고

마는데.. 음.. 윗글에서 말한 의도라면 대략 낭패..

좋은 사람 만나길..

어쩌다 제가 쓴 글이 있는 곳으로 왔네요. 지금은 홈페이지를 옮겨서 저 출처가 아닌 http://geocities.com/gerecter 에 있습니다. 반갑습니닷~

헉, 퍼온 글의 저자를 만나다니~! 세상 참 ㅋㅋㅋ

노스모크에서 글을 읽다가 느낌이 좋아서 퍼왔습니다.

동의를 구하지 않고 퍼옮겨서 죄송합니다. 재식님의 인사는 동의를 해주신 것으로 받아들여도 괜찮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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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pocorall published on August 7, 2004 2:3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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