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큐빅 퍼즐과 같아서 한 면을 먼저 다 맞추고, 그 다음 면을 맞추고 하는 식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 이 면을 맞추기 위해서 다른 면을 흩뜨러뜨리기도 하고, 모든 면이 헝크러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느 순간엔가 여섯 면이 깨끗하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자신이 맞추려고 하고 있는 면을 다른 사람이 흩뜨러뜨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글자 그대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젊은 사람일수록, 원리원칙 위주의 사고를 하는 사람일수록 자주 보인다. 이 문제는 논리적인 정합성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지적 센스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강경한 편에 속하는 좌파들이 그렇다. 특히 몇몇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그들의 의도가 충분히 공감이 가고 주장이 설득력이 있음에도, 멋을 모르고 시야가 좁은 것 같다는 인상을 남긴다.
하리수는 여자로 태어난 사람도 서러워할 미모를 무기로 연예계에서 성공했다. 다른 시각에서 말하자면 여성을 외모로 상품화하는 남성위주의 자본주의에 투항했다. 그러나 그는 이 '투항'을 통해 얻은 권력을 그대로 큐빅의 다른 면에 맞받아쳤다. 트랜스젠더라는 이름이 방송을 통해 공공연하게 나오게 되고,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 그것이다. 동성애자임을 밝혔다가 생긴게 별로라서 매장당한 홍석천 같은 꼴을 하리수도 당했다면 기존체제에 굴복하지 않은 거라서 좋은 걸까? 간사하게도 예쁜 동성애자만 용서가 되는 거였다면, 전지현 같은 사람이 커밍아웃을 했는데 연예생활에 문제가 없었다면 부당한 일일까?
인공지능의 탐색이라는 분야에는 로컬 맥시마라는 개념이 있다. 높은 곳만을 찾아 계속 올라가기만 하면 정상이 아니라 옆에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 더이상 내려올 줄을 모르는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높이만을 정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도록 하면 된다. 낮은 곳으로는 내려가지 않는다는 고집을 버리는 것이 결국에 정상에 오르는 사람의 지혜다.
힘들어 하지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