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인사이드에서 얼마전에 힛갤에 오른 사진이다. 육중한 트럭 뒤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고 적혀있다. 보는 사람마다 웃어제끼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저 글을 쓴 사람의 발상에는 무릎을 칠 만한 기발함이 있다.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대상을 연관시키기는 쉽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의 가치는 혐오감이나 의아함을 일으키는 기발함이 아니라 웃음을 주는 기발함이라는 데에 있다. 그것도 사진을 보자 마자 1초 내로 웃게 만드는.
"어린이가 타고 있어요" 라는 글은 학원 통학용의 작은 승합차에 붙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차에는 으례 알록달록한 꽃동산이나 동물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귀엽고 작은 차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는 저 문장을 험하게 생긴 덩치 큰 차에 써놓음으로 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덩치 큰 곰이 작은 자전거를 타고 어기적어기적 움직이는 서커스나 거칠게 생긴 남자가 어울리지 않는 어리광을 피울 때 나오는 웃음과도 일맥상통한다.
귀여운 척도 도가 지나치면 역겹다. 그러나 저 문구를 활용하는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것이고, 유머에서의 미덕인 능청스러움도 갖추고 있다. 저 차에 진짜로 저기에 아기가 타고 있지 않으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아기가 타고 있어서 아기가 타고 있다고 썼을 뿐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난 웃기려고 오버한 게 아니었어"라고 시치미를 뗄 수 있는 것도 유머가 더욱 빛나게 하는 장치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걸 다 생각해 본 뒤에 웃는 것도 아닐텐데, 웃음이란 정말 신기한 능력이다.
2003년 1월 24일
(오늘은 글을 많이 쓰는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