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에 물 주듯이

고등학교 때 꽤나 멋진 음악 선생님이 있었다. 차분한 인상이라던지, 가끔씩 던지는 뼈있는 말들, 진지하면서도 포근한 음악 시간의 분위기는 입시준비에 지친 십대들의 마음에 몇 안 되는 안식이었다. 그 선생님의 첫 수업시간은 "콩나물에 물 주듯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운을 떼며 시작되었다. 콩나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주 물을 줘야 한다. 하지만 콩나물은 물을 받는 대로 밑으로 흘려버린다. 그래도 그 물을 받은 콩나물은 그렇지 않은 콩나물과는 다르다. 대부분이 흘러가 버린 것으로 보이지만, 그 물은 콩나물을 자라게 하는 데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것이 반복되는 동안 모르는 사이 콩나물은 쑥쑥 자라게 된다. 세상에는 콩나물에 물 주듯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말아라. 콩나물은 많은 물을 맞으면서 조금씩 자라는 것이다.


2003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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