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전] 실재론

일상 생활에서 실재론은 자연스러운 태도이다. 우리는 현실이 우리 정신 바깥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정신이 우리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철학의 비판적 정신은 이 같은 소박한 생각을 거부한다.

플라톤 철학은 이 생각을 근본적으로 비판한다. 대화편들에서 플라톤은 시시각각 변하는 모순된 세계라는 점을 밝히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단순한 현실을 넘어서는 유일한 실재, 진정한 실재는 로고스로 이해되는 세계이다. 사물의 근거를 형성하는 형상은 사물 바깥에 그리고 사물을 생각하는 우리 정신의 바깥에 존재한다. 형상에 별도의 존재 양식을 부여하는 이 같은 실재론은 중세의 보편자 논쟁으로 이어진다. 실재론은 보편자(철수나 영희가 아닌 '인간'과 같은 보편적 존재)의 실재를 주장한 반면, 유명론은 진정 존재하는 것은 구체적(시공간적 현실 속에 존재하는) 존재들이며 보편자는 그저 하나의 개념, 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에 이르러 러셀은 수학적 대상이나 관계는 우리의 정신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또 다른 형태의 실재론을 제시했다.

플라톤이나 러셀의 이론을 실재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 언어 감각에서 보면 좀 이상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우리의 정신 바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들(형상, 수학적 대상)을 인정하고, 우리의 정신은 이 독립적인 존재들에 복종하면서 학문적 탐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의미에서 실재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동녘 <철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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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재료를 구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다. 책 뒷표지에 있는 역자의 말이 떠들썩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애교스럽기도 하다.
(철학대사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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