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의 ‘외롭고 웃긴 가게’에 있는 곡이다.
요즘의 그녀는 조금씩 스스로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앨범에서는 노련한 여행가의 모습이 느껴진다. 스테이지의 금붕어 신세를 벗어나서 스스로 음악을 시작한 이후 그녀는 음악활동을 ‘긴 여정’이라고 했고, 실제로 매 앨범마다 놀랄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그 여정의 발걸음이 가장 재촉되었던 때가 ‘외롭고 웃긴 가게’를 낼 무렵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레시브 냄새가 많이 나는데, 듣기에 따라 귀에 거슬릴 수도 있는 스타일로 대담한 연출을 보였다. 가사는 더 사색적이고 심연으로 파고들어간다.
이 곡은 듣기에도 편하면서 가사와 음악이 정말 조화를 잘 이루었다. 게다가 앨범의 특색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진주 속의 정말 귀한 진주로 꼽고 싶다. 단순하면서도 뱃노래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피아노 간주도 멋지다. 많이 손을 대지 않고도 이렇게 있을 곳에 꼭 필요한 것만 두면서 모든걸 다 거두는 음악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이 곡을 아끼게 된 것은 처음에 이어폰을 끼고 얼핏얼핏 듣다가 갑자기 이 부분의 가사가 머리를 때리고 나서부터였다.
“어느새 강물이 웃고 있는걸 보니
우리도 웃고 있겠구나”
아쒸...어떻게 이런 가사가 나올 수가 있냐...T_T
2001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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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은 검고도 맑구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도
네 등은 붉은 흙 같구나
씨앗을 뿌려볼까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흘러 흘러 어디로 가나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는
천구를 가로질러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
바람도 멈추고 비도 거두어지니
어여 어여 노를 젓네
하늘의 별도 땅의 꽃도
가만히 제 길을 살아가듯
서로 다른 몸으로 나서
다른 숨을 쉴지라도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물길은 하늘에 닿고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마음은 서로에 닿고
어느새 강물이 웃고 있는걸 보니
우리도 웃고 있겠구나
버리고 또 버리고 잊고 잊어버리리
바람도 불어오고
비도 다시 내리니
어여어여 노를 젓네
바람도 멈추고
비도 거두어지니
어여어여 노를 젓네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