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리]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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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퍼온건데...
글 쓰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다.
정말 예민한 감성을 지닌 사람같다.


자기 게시판도 아니고, 다른 사람 홈페이지에 딸린 게시판에 라일리란 이름으로 글을 계속 쓰는데, 홈 주인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거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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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라고 그랬을까,
아니면 낮동안 금싸래기처럼 쏟아지는 햇빛을
맞으라고 그랬을까.
천장에 길게 창문 두짝이 붙어있다.
창문이 천장보다 높아 그곳이 깊게 음각되어 있는데
밤에 불을 끄고 누우면 음각된 벽으로 빛이 쏟아진다.

달빛이 퍽 밝고 아름답다....

라는 생각보다
그 길쭉한 음각에 관을 안치시키면 딱 알맞은 크기이겠다.고 생각한다.

흰천을 돌돌 말아서 만든 밧줄로 인부들이 관을 지탱하며
그 네모낳게 파인 묘자리로 관을 내려놓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내가 있는 이 곳은 땅속.

어느 나라의 매장풍습처럼 죽은 뒤 아내와 소지품과 같이 묻힌 나는 이미 땅 아래의 세상에 사는 사람.
피라미드 속의 다른 생처럼, 혹은 아니 왕릉속의 다른 죽음처럼.
그리고 영영 나가지 않으면 이곳이 바로 무덤이 되는 것이다.
죽음을 연상시키는 냄새들이 주변에 녹녹히 녹아있다.
그것은 두려운 것이나 거부해야할 어떤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존재하는 현상일 뿐으로,
나는 잔잔히 가라앉은 죽음의 내음속에 생각에 잠기어 방안으로 돌아온다.

비가 올때면
관없이 묻힌 아이의 얼굴위로 스며들 빗물이
찢어지게 슬플 때가 있었다.
엄마를 강가에 묻은 청개구리처럼 그렇게 슬퍼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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