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의 성립 요건:
1.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것
2. 스스로에 대해 반성할 수 있을 것
3. 사고의 재료가 되는 관념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
...3번...문제가 되는 것은 3번이다. 앞의 두 항목은 마음 먹기에 따라, 그리고 어느 정도의 습관화에 따라 달성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기억에 관한 문제는 얼마나 많이, 오래, 정확하게를 넘어서서 ‘무엇을’에 대한 물음으로 넘어가게 되면 골치아파 지는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를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가?
....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유희나 정보의 복사가 아니라, 내 의식의 책꽂이 책을 꽂아두는 것이다. 한 번 해석된 적이 있고, 필요할 때 인출될 수 있는 이 기억들은 꼭 두뇌 속에 위치하지 않더라도 나를 이루고 있는 기억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과 내 책꽂이는 나의 일부이다. 두뇌가 갖는 기억력 한계를 탓할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세우고 머리 속에 색인을 넣어 두라. 나는 이런 식으로 자아를 이루어간다.
2001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