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 반성 563

형이상학적 사고 체계가 완벽한
나는 가끔 여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우리나라 말 <보지>를 발음했을 때의
그 전무후무한 공명을 숙고해 본다.


생각해 보았는가
아무도 몰래 묵묵히
<보지>를 발음해 보며
고개를 끄떡거리고 있는
불타나 예수의 모습을


그대의 아버지나
대통령이나


그대의 스승을


생각해 보았는가
마하트마 간디를.


'지 에미 속을 얼마나 쎅혔을까
대가릴 저 지랄도 해야만 글이 다온다던?
저 드러운 저 똥 콧수염 저 으......'


신문에 난 "내 잠속에 비내리는데"라는 수필집 광고에 나온
李外秀 사진을 보며 어머니는 또 그러신다 그러더니 또 별안간
'야 저새끼 장가 갔냐?' 하신다


히히.


<보지> 건
<태멘> 이건
<아훔>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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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의 시를 만나게 된 건 시 창작 교양 수업 중 정끝별 시인이 나눠준 프린트물에서였다. 그녀는 '수업용'교재임을 의식했는지 성적 표현이나 폐인적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은 피해 뽑았었다. 하지만 사실은 거리낌없는 성에 대한 묘사를 빼고 나면 남는 작품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그는 아무 거리낌이 없다. 거리낌없이 오만한 것이 아니라 거리낌없이 솔직하다. 그의 시에선 '보지'도 '좆'도 '씹창'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어쨌든, <보지>를 발음해 보며 고개를 끄덕거릴 성호의 모습을 당신은 상상해 보았는가?


2001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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