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 반성 793

TV의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스폰서가 있는데
내가 보내드리는 나의 이 모든 이야기는 도대체
누가 제공하는 것이냐


그저 세상에 태어나 고통 받는
나의 출연료는
누가 주는 것이냐


그대가 그대를 사랑하듯
이 무조건 무기한 무젠제의 드라마를,


'선생님 지난 얘기 들려주세요'
턱을 괴고 앉아
스무 살짜리 어린 처녀가
방글방글 웃고 있다


그 깊고 은밀한 가슴속
핸드백 속엔 내 소주값 2-3천 원을
소중히 간직한 채.


그러나 소녀야


나는 내 얘기를 나한테만 들려준단다
네가 그러하듯 나도 그렇다


어째서 종생토록 우리의 그 모든 이야기는
무용담이냐


사랑도 추억도
눈 오는 밤
좆나게 맞은 기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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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왕년의 바닥생활 이야기는 덕지덕지 화장미인 면상 같다. 거짓말 같다. 아니, 거짓말이다. 불안한 미래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사소한 멸시에 세상이 다 떠나간 듯 눈물 훔치던, HDTV보다 생생한 그 모습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위인전 무용담만 남는다.


2001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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