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나를 모를테지만... 2000/11/15 00:37:00 유니텔 kuorch
유니텔 어느 게시판에서 무심히 글을 읽다 눈에 띄는 사람을 보았다. 첫눈에 번쩍 띄였다기 보단, 며칠 글을 듬성듬성 읽고 있는데, 그 사람의 글은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는걸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때로 무겁고 난해한 어투로 자신의 내면과 바깥 세상이 만나는 곳을 말하기도 했고, 때로는 관조적이고 발랄하게 일상의 얘기라든지 어릴적 기억들을 풀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무게의 글에서도 솔직함이 배어나옴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보였다.
고맙게도 그는 거의 매일 하나 정도씩은 글을 올리는 성실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의 글을 읽는 것이 일상의 잔재미 중에 하나가 돼버린게 그러고보니 썩 오래된 일이다. 벌써 반년 가까이 그래왔으니. 그런데, 그가 그저께 군에 입대했다.
이삿짐을 싸 두어서 온통 어수선한 방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써두고 간 글들을 읽었다. 원치않는 환경으로 옮겨가야만 하는 현실에 대한 비애, 남들도 다 가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씁쓸한 자위, 그런 식으로 긁어내도 결국 벗겨지지 않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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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아무리 생각 해 봐도 난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매력적이며 훨씬 재미있는 인간이라 생각해. 그리고 사람이 재미 없으면 살맛이 안나지. 살맛이 안나면 삶은 그저 견뎌지는 것이 되지. 삶이 견뎌지는 것이 되면 금방 삶에 지치지. 지치게 되면 의지력이 약해지고 몸이 쉬이 피로하지. 의지력이 약해지고 몸이 쉬이 피로해지면... 그럼... 잠을 자아지. 따라서 재미 없으면 잠을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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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