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시장, 시장...

시장, 시장, 시장...2000/11/23 00:51:55 유니텔 kuorch

집에 오는 길에 꽤 긴 재래시장 골목을 지나오게 됐다. 시장이란 데를 어릴 때 엄마 따라다니던 시절 이후로는 지금까지 거의 가본 일이 없는듯 하다. 다들 무덤으로 들어가는 듯한 표정으로 버스에 실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대신 이렇게 활기 넘치는 곳을 지나오는 것은 새로 발견한 작은 재미거리이다. 시장에 자리를 편 가게들은 거의 대부분이 먹을 것, 입을 것을 파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먹을것을 제공하는 호프집이 늘어선 옆 동네와 달리 시장은 사교나 유흥의 의미를 지닌 곳이 아니라 일상을 지탱시켜주는 공간이기에 우리 삶과 더 친근하고 절실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이유인지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강한 생명력 같은것이 뿜어져 나온다. 정직한 노동으로 일상을 꾸려가는 그들의 얼굴이 대견스러워 보인다면 주제넘는 감정일까?

집에 와서 신문을 편다. 시장, 시장, 시장...수백 번도 더 반복하는 낱말. 같으면서 다른 이 매스컴의 주인공은 언제나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에서 우리를 조롱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은밀하면서 갑작스럽게 우리 삶을 이리저리 몰고다닌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곳으로.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시장뿐인 신문을 접어던지면서 어릴적 엄마손 잡고 구경하던 동네 시장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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