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마지막 달에...

첫 번째 기억

아직도 분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 하나. 신입생 환영회 때였다. 물리학과장 교수님의 인사 말씀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여러분 나이가 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입니다. 고등학생을 부러워 하겠습니까, 여러분 선배들을 부러워 하겠습니까? 소중한 시간, 알차게 보내십시오" 나는 정말 그 해에 중요한 계기들을 많이 겪었고, 이후의 4년간은 1999년의 변주곡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주제와 변주가 펼치는 신선함은 점차 시들기 마련이고, 사실 2002년부터는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대충 흘려보내지는 않았는데도 말이다. 들어갈 것 다 들어간 요리인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마음상태는 pocorall.net의 글들을 되짚어 읽어보아도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나를 어떤 형태인지는 몰라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는 조바심 내지는 다짐들이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다.

두 번째 기억

앞으로 계속 남아 있을 또다른 기억 하나. 2004년을 몇 일 앞둔 연말의 어느 날, 몇 년 만에 만난 민웅이가 말했다. "춤을 배우고 나서는 내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그리고 곧 나도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춤을 시작한 것은 나의 변주곡에 새로운 주제가 제시되는 계기였다. 그것은 새로운 도전이나 이성과의 빈번한 접촉 이상의 것이었으며, 생활양식, 사고방식, 내가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함께 변화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pocorall.net의 독자들은 이 변화를 뚜렷하게 눈치채지는 못했을 것이다. 예전부터 나를 만나왔던 사람들도 현저히 다른 모습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올해 새로이 만난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는 스스로 매우 놀라고 있다.

2004년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은 대학원 생활이라는 변화를 겪는 한편으로, 올해 있었던 더 중요한 변화들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해가 될 것이다. 20대의 후반부는 이렇게 힘차게 시작한다.

pocorall 님이 December 1, 2004 2:51 A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