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잘 하는 법
수학 공부 방법론에 대한 요약. 읽는 사람들은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리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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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기호들의 관계를 정의하고, 그 관계에 따라 기호들을 구사하는 놀이이다. 이런 점에서는 수학을 배우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수학기호는 어휘이고, 기호들의 관계는 문법이고, 식은 문장이고, 식을 전개해 나가는 것은 회화이다.
언어 공부가 어휘와 문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하듯이, 수학을 공부할 때에도 기호와 그들의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밀도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암기가 필요한데, 수학 책에 나온 정의들을 모두 연습장에 빽빽히 몰아적고 두고두고 틈날 때마다 외워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학에는 정리라는 것이 있다. 식이 전개되었다가 다른 형태로 다시 수렴했을 경우, 이것을 정리로 굳혀서 어휘로 사용한다. 굳이 언어에 비유하자면 약자abbreviation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식이 전개되고 수렴되는 과정은 증명인데, 무턱대고 정리를 외우는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두 번쯤은 직접 유도해 보는 것도 좋다. 증명은 단순할수록 응용되기 쉽다. 그러나 증명과정을 외울 정도의 능숙함이 요구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때로는 증명이 너무 복잡하거나 특별한 수학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으니 증명과정을 익히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 잘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엔 암기내용을 바탕으로 식을 구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것은 언어에서 회화의 영역이다.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계산이 틀리지 않도록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어느정도의 기본성적이 뒷받침되는 상황이라면, 시험점수를 좌우하는 부분은 이곳이다. 특히 시간이 부족할 수록 그렇다.
예전에 잘 풀었던 식을 지금 더듬거린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시험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순수한 공부라면, 그것을 다시 전처럼 잘 풀기 위해 따로 연습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념을 이해하고, 그 개념이 필요한 부분에서 책을 돌이켜 찾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족하다. 같은 부분을 여러 번 참조해야 할 만큼 자주 쓰게 된다면, 그때는 애쓰지 않아도 익숙해질 것이다.
수학은 단지 기호체제 안에서만의 놀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호체제를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응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리현상을 관찰하거나, 회계장부를 보거나, 복권을 사게 되었을 때, 그 현상에 적절한 식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대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양화될 수 있는 개념들을 추출해낸 다음, 그들간의 관계가 내가 알고 있는 기호체제 중 어떤 것과 상통할지 떠올려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특별한 요령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문제가 제각각이어서, 일반화된 방법론은 이정도 이상의 것을 제시할 수 없다. 단지 자신의 직관을 믿으며 눈을 크게 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