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뒷맛 산뜻한 음악을 들으면서 머리를 좀 쉴 수 없을까 해서 두리번거리다 찾아낸 것이 헨델의 <메시아>이다. 불을 끄고 침대에 가로누워 다리는 의자에 걸치고 씨디롬 드라이브가 읽어내는 음악소리를 듣는다. 내 작은 방에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 빛이 어린다. 오랜만에 런던의 극장에 와서 <메시아>의 가사에 귀기울이며 충만한 성령에 겨워했을 영주의 자제가 250년이 흘러 침대에 벌렁 누워 기분전환을 하고 있다.
250년이 한 번 더 흐르면, 그 때에도 인간이 있을까? 그 때에도 <메시아>를 듣는 무언가가 있을까? 그들에게 <메시아>는 어떤 의미일까?
2002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