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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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라는 낱말은 가만히 곱씹어 보면 아주 독특한 느낌이 전해온다. 자꾸 떠올리다 보면 특이하다 못해 낮설어져 버린다. '이름'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이름'이었나?
'이름'의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 지어진 이름같다.
그리고, '이름'은 끝말잇기 할 때도 좋다. ^^
2002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