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 반성 740
어둠-컴컴한 골목
구멍가게 평상 위에 난짝 올라앉아 맥주를 마시는데
옛날 돈 2만원 때문에
쫓아다니면서 내 따귀를 갈기던
그 할머니가
어떻게 나를 발견하고 뛰어와
내 손을 잡고 운다
머리가 홀랑 빠졌고 허리가 직각으로 굽었고......
나도 그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맥주까지 마시니 돈 좀 생겼나 보지 하면서
웃는다
이따가 다른 친구가 올 거예요 하면서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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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고 빈곤하고 무기력하고 서글퍼서
피식 웃음이 나는 수도 있다.
2001년 10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