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999사이의 그림들 - mozart
1999년 7월
음악이 갖는 특성을 그림에도 적용시켜 보려고 했다. 음악이 추상적인 음들의 비례에 의해 조화를 이뤄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순수하게 추상적인 도형들을 조화롭게 배치해서 '음악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루종일 mozart piano concerto No. 21을 들으면서 작업했다. 손끝에서 솟아나 굴러다니는 그 경쾌한 음들을 화면에 잡아두고 싶었는데, 역시나 시원찮다.
배경 맨 아래의 푸른 막대들은 피아노 멜로디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거의 악보나 다름없다. 악보가 소리로 발현될 때의 느낌과 그림으로 발현될 때의 느낌이 어떻게 다를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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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슷한 시도는 칸딘스키가 이미 90년전에 선수쳤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최초일 거라는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을 뿐더러 최초에 집착하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이와 같은 작업을 하기엔 수채화나 유화보다는 디지털 매체가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나는 그보다 더 좋은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 :)
칸딘스키는 그림으로 orchestration을 하려고 했다는데, 음악에서의 orchestration은 같은 시간 안에서 여러 악기소리의 '겹침'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 개념을 그림으로 유비한다면 시간을 공간에 대응시켜 같은 공간에서 여러 요소들이 겹쳐지는 것을 이리저리 시험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포토샵의 레이어 개념이다.
칸딘스키에게 포토샵을 쥐어줬더라면 훨씬 뛰어난 작품을 많이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