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박정현의 공연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2006년에 했었다는 공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박정현은 이 무대에서 신이 났다. 보는 사람도 정말 신난다. 환호하는 관객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있고, 음악을 하길 정말 잘 했다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유튜브에는 굉장히 많은 박정현 동영상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모이는건지, 그동안 했던 공연이 다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다. 나는 가수다 이후에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인지 각종 행사에서 노래를 부른 영상이 많은데, 2006년의 이 공연만큼 신이 나 있는 것은 없다. 노래 실력이야 변함없지만, 최근 행사에 출현하는 박정현은 무대가 곧 인생인 예술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무대를 직장으로 삼는 직업적인 서비스정신이 느껴진다. 단정한 복장, 깔끔한 노래, 행사 주최측을 배려하는 상투적인 멘트, 관객의 호응에 의례적으로 반응하기.

원래 대중가수 활동이란 것이 항상 음악가 자신이 최고로 무대에 몰입해 있는 모습만 보일 수는 없는 것인지 모른다. 예전 같으면 큰 무대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상업적인 목적에서 초청받는 작은 행사는 적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큰 무대는 마음가짐이나 연습 면에서 좀 더 몰입하기 쉬울 것이고, 돈 받고 출연하는 행사는 그저 서비스 정신만 갖추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공교로운 탓인지, 지금은 박정현의 공연들 상당수가 인터넷에 바로 공개된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음악가로서의 역량과 자존심을 건 무대라기 보다는, 속칭 "행사 뛰는" 모습인 것이다. 이렇게 빼어난 재능을 가진 가수에게서 예술가라기보다는 직업인의 모습이 주로 보이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나는 박정현이 또 신이 나서, 그저 이 순간으로 세상이 끝나도 좋을 듯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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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pocorall published on July 8, 2013 2:2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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