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당신은 왜 병원에 갑니까? 라고 묻는다면 그는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서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목적론은 운동의 원인을 기대되는 결과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방식이다. 병원에 가는 이유뿐만 아니라, 시험공부를 하는 이유, 밥을 먹는 이유 등 인간 생활의 대부분에는 목적론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내려진다.
떨어지는 폭포수가 있다. 폭포의 물은 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집니까? 라고 묻는다면 현대인들은 뉴턴의 만유인력 등을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인과론은 운동의 원인을 그 전에 발생했던 사건과의 연관관계에 의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인과론을 자연의 운동을 설명하는 지배적인 설명틀로 받아들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서도 목적론적인 설명을 했다. 물은 겸손하여 아래를 향하고, 나라의 흉한 일을 알리기 위해 별이 기울며, 악인을 벌하기 위해 폭풍과 벼락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연에 목적론적인 해석을 내리는 것이 논리적으로 오류인지는 모르겠다. 벼락이 떨어지는 메커니즘을 인과적으로 설명한들, 그것이 나쁜 사람을 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논증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분명한 것은 목적론적 해석은 과학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화심리학적인 해석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목적론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한다. 남자들이 출산에 유리한 젊고 건강한 여자를 선호하고, 여자들이 경제력이 있는 남자를 선호하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남자들이 젊고 건강한 여자를 선호하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가 내리는 명령을 의식해서가 아니다. 개별 개체로서의 남자들은 그저 느낌이 당기는 대로 행동하는 것일 뿐이다. 인과론적으로 좀 더 타당한 설명이라면 다음과 같은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있다. 이 남자들을 그들이 좋아하는 여자들의 평균연령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나눠 보자. 그리고 200년이 흐른 뒤,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그룹의 자손들과 나이 든 여자를 좋아하는 그룹의 자손들 중 어느 그룹의 자손이 수가 많겠는가?
사람들은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살고 싶은 대로 산 결과,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더 많이 번식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이 모델은 모든 진화심리학적 해석에 적용 가능하며, 인과론적인 설명이다. 목적론에 기반한 가짜 과학은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