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5년 12월호를 뒤적이다가 꽤나 멋진 칼럼을 발견했다. 윈도우95 출시 소식이 9시 뉴스에 나오고, 천리안과 하이텔의 시대였던 그 때에 이런 과감한 예측을 한 사람이 있었다.
“미래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운영체제나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회사로써 보다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그림들을 온라인으로 보여 주는 정보 제공자로 더 알려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절대로 컴퓨터 하드웨어 사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드웨어는 바뀌더라도 운영체제는 더 오래 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영체제보다 더 오래가는 장사가 있으니 바로 디지털화된 정보의 장사이다.”
멋지다.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아니라 정보 그 자체이다. 운영체제나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지금도 MS의 중요한 수입원이기는 하지만, MS는 지금 자신의 미래가 소프트웨어 제공보다는 정보유통에 있다고 보는 듯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전체 내용에 대한 지적소유권을 사고 싶어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윈도우 때문에 IBM PC를 사는 것처럼 MSN의 내용물 때문에 윈도우를 선택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렇게 이 칼럼에서는 콘텐트의 가치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압도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내용도 나온다.
“그러나 1000불짜리 브리태니커 온라인 CD-ROM은 브리태니커 인쇄본 백과사전에 비하면 파격적인 할인가격이지만, 다른 CD-ROM에 비하면 너무 비싼 값이라 개인용으로는 별로 팔리지 않고 있다. … 요즘에는 그보다 글로리아나 컴프턴, 인카르타 등의 백과사전등이 더 잘 알려져 있다. … 이들 멀티미디어 백과사전 CD-ROM의 가격은 60불 내외이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보다는 정보가 중요하지만, 정보의 가격이 싸지고 있다. 정보가 중요하므로 관심을 갖자는 칼럼의 결론과는 다소 상반되는 내용이지만, 이 통찰은 적중하고 있다. 정보의 가격이 싸지는 현상은 그 극한까지 다다르고 있다. 위키피디아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의 성공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칼럼은 12년이 지나고 읽었는데도 당대의 현실인식에서 매우 예리한 통찰이 보인다는 점이 놀랍다. 정보의 가격이 싸진다는 점을 더 과감히 파헤쳤다면 지금까지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컴퓨터 하드웨어는 너무나 싸졌고, 소프트웨어도 원한다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전통적인 콘텐트 공급자들은 너무나 쉬운 복사기술과 무료 콘텐트 앞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렇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회사가 구글이다. 구글은 정보를 연결해 주는 것에서 이익을 창출한다. 정보 검색, 소셜 네트웍, 동영상 콘텐트 유통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평가된다. 모두 정보를 소유하기보다는 연결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곳들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역사이다.
다음 정거장은 어디일까? 정보 중계 비용이 공짜나 다름없어 진다면? 스팸 광고의 숲을 헤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언제나 최적의 정보 제공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다면? 비싼 돈을 주고 듀오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면? 수수료나 광고비 부담없이 최적의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최적의 조언자를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쓰는 글과 관련된 참고문헌을 알아서 찾아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