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삶을 구분하는 가장 명쾌한 기준이 있다. 목적을 다시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지 물어보라. '나는 만화방을 차려서 만화책을 잔뜩 가질 거고 돈도 벌 거야'라고 말한다면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을 수 있고, 질문을 받은 사람은 질문자에게든, 스스로에게든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만화방을 차려서 맨날맨날 마음껏 만화책을 보고, 손님들에게 내 만화책들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살 거야'라고 말한다면 그런 뒤에 어쩔 거냐는 질문을 할 수가 없다. 어쩌긴 어째, 다 살고 나면 죽는 거지.
2003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