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내 다리를 잘라먹었네

내 눈에는 다래끼가 났는데, 악어란 놈이 내 다리를 잘라먹었네.
마당에 있는 염소란 놈 풀을 먹여야 할 텐데
솥에는 멧돼지 고기가 끓어넘는구나.
돌절구에 빻다 만 곡시이 말라빠지고 있는데
추장은 나더러 재판 받으러 오라네.
게다가 나는 장모님 장례식에도 가야 할 몸.
젠장, 바빠 죽겠네.

아프리카 민요 <악어가 내 다리를 잘라먹었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재인용)


오랜만에 바쁘다. 양적으로만 바쁜 것이 아니라 정말 여러 가지 일들에 묻혀 지낸다. 회사 일은 회사 일 나름대로 할 일이 열댓 가지는 되고, 새로 시작한 불어 공부와 영문법 공부는 오가는 전철에서 해야 한다. 집에 오면 약음기 낀 바이올린을 삼십 분이라도 만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일요일 오전은 프로그래밍 과외를 하러 인천에 간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술자리도 있기 마련이고, 평등연대 홈페이지 관련 일로 영수형을 몇 번 더 만날듯 하다.

4년만에 다시 사람들 사이에 묻혀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있다. 그간 쌓아온 내 삶의 폭을 확인하면서 약간의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한 설레임에 물든다.

2003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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