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1999년 귀국 비망록 중

구로동엔 공단이 있고 신림동에는 기업단이 있다. 이름하여 서울대. 그곳에서 강연을 했다. "여러분들은 장래 한국사회의 특권층 후보들이다. 여러분들이 한국사회 특권층의 후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정확한 사회인식이 남다르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여러분들은 줄기차게 남을 소외시켜왔다. 전 교육과정에서 경쟁의 이름으로 남을 소외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서울대생이 될 수 있었다. 즉, 여러분들은 남을 소외시키는 데 이력이 나 있고 또 그것을 능력이며 자랑으로 알아왔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남을 소외시키면서 하등 마음빚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아니, 소외시킨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사회의 지도층에게는 사회적 책임의식이 없다. 특권층이라는, 자각하거나 자각하지 않는 의식만 있을 뿐, 지도층이 될 수 있게 해준 사회에 대하여 책임의식이 없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점에 의해 장래에 여러분들은 지금의 특권층들과 똑같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장담할 수 있다." 그 자리에 나온 학생들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을까? 나는 참으로 못된 선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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