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의 묘'라는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2차대전때 미군의 공습에 집과 엄마를 잃은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중학생쯤 돼 보이는 오빠와 취학연령도 안 된 어린 여동생이 험한 세상으로부터 희망을 배반당하는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보여줍니다.
거처가 여의치 않아 폐갱도에 잠자리를 마련했을 때의 한 장면입니다. 오빠가 방충망 안에 반딧불이를 잡아다 놓고 분위기에 취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나라의 번영을 위해 바다로 나간 멋진 아버지를 생각하다 신이 나서 반딧불이를 겨누고 적을 향해 총을 쏘는 시늉도 해보다 잠이 들지요. 다음날 아침에 어린 동생이 수북히 죽은 반딧불이의 시체를 구덩이에 묻는 것을 보고, 똑같이 구덩이에 던져진 엄마가 겹쳐져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일본 영화를 볼 때 약간 주저하게 되는데, 그 징글맞은 전체주의라든지 권위주의 따위를 여태 묻히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언짢아서입니다. <하나비>, <철도원>, <미션 바라바>등이 그렇고, <춤추는 대수사선>같은 경우는 심기가 아주 불편할 정도지요.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정 반대 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화를 당한 실존인물이 있다면 엄마를 앗아간 미군 폭격기를 저주할 법도 합니다만, 여기서는 피아를 구분해서 적을 만드는 시각을 완전히 배제하는 줄타기를 해냅니다. 이 영화를 아주 높이 사고 싶은 점은 저 가공할 비행기를 '적敵'으로 상징하는 대신 인간성을 앗아가는 전쟁기계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쟁은 추축국이 자초한 일이고, 전쟁에 동원된 식민지 민족들은 훨씬 더한 고통을 겪었습니다만, 그것은 파시즘에 오염된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이지, 순수한 주인공 남매가 떠안아야 할 업보는 아닙니다. 일본인이 남의 민족에 끼친 폐를 되새기며 반성한다면 그만큼 바람직한 일이 없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자국민의 비극을 그리면서 그들이 일으킨 전쟁이 어떤 식으로 민중에게 되돌아왔는가를 바로 보는 것이 더 담백하게 느껴집니다.
어린 여동생은 영양실조로 폐갱도 안에서 결국 먼저 죽고 맙니다. 꼬마의 천진했던 모습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묘사한 연출가의 솜씨가 원망스럽습니다. 그 웃음소리, 아이다운 순수한 행동... 오늘은 그 꼬마가 눈앞에 어른거려 잠이 잘 안 올 것 같군요.
2002년 8월 16일
저 역시 이 에니메이션을 참 인상적으로 보았지요.
하지만, 기억해야할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한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글입니다.
"여러 단편중 표제작인 반딧불의 묘는 그야말로 보는 내내 거의 분노를 금치못했던 내용이다.언젠가 한국의 대표적 여배우라는 최 모씨가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나와 반딧불의 묘를 너무 너무 감동적으로 봤다는 말을 했는데 그걸 듣고 쓰러질뻔 했던적도 있고 학교에서 그 내용을 두고 설전을 벌인적도 있는 문제작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만을 두고 본다면 지극히 슬프고 가엾은 남매를 동정할만하다. 하지만 일본의 군국주의가 낳은 자신들의 책임을 나약하고 무구한 어린 소년소녀를 통해 합리화시키고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식으로 말한다는것은 어불성설이다. 자고 나면 죽어있는 반딧불은 그들의 가녀린 생명을 의미하고 있기도 할뿐더러 벚꽃이 가지는 순간적 아름다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점에 참 일본인다운 비유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감정적인 평일지 몰라도 침략자로서 자신들의 역사교육을 안시키는 일본인들이 이젠 시간이 지났다고 그들의 상처까지 전쟁탓으로 돌리고 있는 이 책 내용은 결코 한국에서까지 번역될만한 가치가 없다. 시간이 지나 역사의 증인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저지른 악행이 사라지는것은 아니다. 그런데 역사를 모르는 그들은 물론 외국에까지 이런 눈가림식 안타까운 얘기를 애니메이션이나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들을 피해자로 만든다는건 아직도 일본이 갈길이 멀다는 것을 말해주는것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의미없다".
저 위의 본문에서도 밝혔습니다만, 이 영화는 단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영화로 보여집니다.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오빠의 모습은 악랄한 파시스트라기 보다는 순진한 꼬마의 기대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이 기대를 치켜세우고 선동할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이 패전하고 아버지의 생사행방이 묘연해 지는 것으로 그 꿈을 깨뜨립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적국인 미국에 대해서 아무런 적개심이 표현되지 않습니다. 마을을 쑥밭으로 만든 폭격기들은 분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적국'의 폭격기가 아니라 인류가 만든 어리석은 '재앙'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은 일본의 부유층에게 돌아갑니다. 전쟁이 끝나서 집에 돌아오니 정말 좋다는 환호성을 하는 부유층 가족들과, 어린 동생을 잃고 오열하는 오빠의 모습이 무심하게 병치되는 모습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식민지 문제에 있어서 민족주의적인 시각을 던져버리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막론하고 쉽지 않은 일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족에 우선하는 것이 인간이고, 파시즘은 민족의 비극이기에 앞서 인간의 비극이란 점을 그렸다는 것이 이 영화의 초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남매를 한국이나 중국인으로 그렸다면 일본인 관객들이 이 점을 놓칠 수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 관객들이 이 영화를 오해하듯이 말입니다.
전 bcbahg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전쟁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며 비참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전쟁의 참상을 일깨워 주기 위한 에니메이션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일본이 이 전쟁을 일으켰으나 정작 일으킨 지도자가 아닌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나쁜 시각으로 볼 수 도 있지만 일본의 에니메이션을 일본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듯..
이 영화를 보고 군국주의를 찬양한다는 것은 감독의 의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은 자신들이 피해자였다는 유아적 항변이 아니라 바로 전쟁의 비참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군국주의의 피해는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이 두 순진한 아이들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Home Sweet Home이라는 아름다운 노래를 배경으로 세츠코의 초라하고 외로운 회상의 장면은 지도층은 전쟁을 만들고 스스로 다시 부요한 집을 찾았지만 많은 국민은 피해를 받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잊지 못할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군국주의 찬양이 아니라 바로 전쟁에 대한 비참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너무나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오빠가 일본 군국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한다, 조금만 참아라 하면서 동생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우매한 짓들을 계속 해댑니다. 하지만 거의 2년 전에 본 영화라 지금 다시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군요.
반딧불의 묘를 보고 많이 울었던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보았을까? 문뜩 궁금해져서 검색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단지 일본이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식으로 이 만화를 그렸다라는 식으로 만화를 바라보며 일본에 대해 분노함을 갖는 글을 보면서..
오히려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왜곡된 시각에 사로잡혀 진정한 작품의 의도를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몇몇 훌륭하게 논평되어 있는 글들을 보면서 가슴의 후련함을 느낍니다.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볼 수 있는 만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좀더 큰 눈으로 작품을 바라본다면...
이 작품의 비정한 서정성과 전쟁이 주는 보편적인 폐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많이 울었던 이유는
생사의 길목에서는 사회는 냉정하다는 것입니다...
친척이 그 남매를 냉대하는 대목에서.. 그 친척 아주머니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자기도 살기 힘든 상황.. 굶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대동아전쟁시 조선도 많은 물자를 강탈당했지만, 본국 일본도 무수히 많은 물자를 조달해야 했습니다..
그러한 생사의 갈림길의 치열한 상황에서는.. 남을 돌볼 수 없고.. 전쟁이 결국 인간의 도덕성과 인격들을 점차 파괴하는 가는 상황속에서..
그 남매는 죽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정말 마음 아팠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밤 11시쯤에 봤는데..
보면서.. 눈물이 쉴새가 없더군여..
4살박이 세츠코가 눈에 아른거려서... 한잠도 못 이루었고.. 14살짜리 오빠가 겪어야 했을 고통과 서러움의 눈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결국 밤잠을 설치고 출근했는데...
퇴근후 지금도 마음이 멍울져..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