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사회의 생산수단

msdn을 뒤적거리다 보면, 이렇게 방대하면서 탄탄한 지식을 쌓아올리려면 정말 여러 사람들 피땀 흘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우리가 좀 더 간편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된 것도 이런 풍부한 공개 인프라를 제공한 ms의 개발자들의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모든 개발자들은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럼 개발자들에게 월급을 줘가며 만든 정보들을 무료로 공개한 ms에게도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맑스주의에 따르면 임노동자는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 이를 소유한 자본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의 일부를 제하고 임금으로 지불하게 되는데, 분자화되고 임노동 외에 생계수단이 없는 임노동자로서는 권리를 주장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대등한 계약관계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런 관계는 근본적으로 (생산수단의)사적 소유권이라는 권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권리는 자연권에 속하지는 않으므로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도 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산주의다.

정보를 생산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경우에도 무형의 생산수단을 가진다. 아무리 날고 기는 개발자 집단이라도 ms에 입사하지 않고 윈도우만한 가정용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ms가 소유한 저작권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금을 받고 일하는 도중 만들어진 저작물은 회사 소유가 된다. 노동자가 만들어낸 공산품이 자본의 소유로 간주되는 것과 동형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공산품과 달리 저작물은 시장에 내다 팔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운영체제와 같은 중요한 기반기술을 확보한 경우에는 자본의 덩치를 얼마든지 불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s의 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저작권은 자본의 위기를 연기하기 위한 승부수이다. 공개된 정보에도 저작자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공업산업에 비해 월등한 속도의 재생산을 기대하는 것이다.

2002년 3월 8일

* 예전에 쓰다 만 글이다. 지금 보는 글은 서두 중의 아주 일부분일 정도로 방대한 주제의 첫머리였는데, 경제학도도 아닌 처지에 이런 글을 써나갈 실력이 부치기도 하고, 이미 쓴 내용 자체에도 찜찜한 구석이 많이 발견되기도 해서 초장에 그만 뒀다. 내용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호가 심심할 때에는 이런 짓거리도 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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