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ZEN은 민중가요 노래패입니다.
민중가요 혹은 투쟁가라는 것에서 메시지를 빼고 음악으로서만 듣게 되면 그다지 재미를 느낄 만한 구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순하면서도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만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일천한 우리 노동운동의 역사와 아직 자생문화라는 것을 가꿀 수 있을 만큼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없는 힘든 노동환경을 감안한다면 이해해야 하는 일일 테지만, 너무 그놈이 그놈같은, 구호에 가까운 음악을 듣고 있자면 지루한 느낌이 든다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젠은 여기에 전통 민중가요의 장르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10대 댄스그룹 취향의 음악에 진보의 정서를 실어내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힙합 분위기를 많이 띠고 있지만, 특별히 전통의 무슨 장르를 살리는 건 아니고, 알록달록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들에게는 음악을 휘어잡을 만한 힘이 모자랍니다. 힙합이되 꺼먼 물 줄줄 나오는 제대로 된 힙합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는 밋밋하고, RnB분위기를 띄는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감칠맛이 덜합니다. 테크노 리듬을 깔고 흐르는 댄스곡도 처지는 느낌이 드는게 조금 심심하게 들립니다.
그래도 이들은 아직 창창합니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바람을 걺어지고 한국의 Rage Against The Machine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2002년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