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그 속의 작은 파문波紋
스냅샷!


가상현실은 수업은 파행진행이라 할 만큼 영양가가 없는데, 숙제만 빡세다. 한학기동안 거의 이 과목 감당하느라 시간 다 보낸것 같다.
오늘은 교수님 건강 관계로 수업이 엄청시리 일찍 끝난 날. 11시에 돌아오는 마을버스를 탔다.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은 날은 꼭 한겨레 신문을 사게 된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지나서 생각해 보면 썩 어울리는 모양새인 것 같다. 오늘의 코디는 '진보 룩'? 진보를 멋으로 달고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은것 같다. 지방선거에 대한 기사와 한국영사관에 들어간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신병인도 요구 기사, 미디어 비평란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경기지사에도 민노당이 후보를 냈으니 투표할 맛이 좀 날 것 같다.

할 일도 많은데, 집에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용산에서 내렸다. 자주 들르는 공씨디 가게에 가서 NST를 사려고 했는데, 이제 안 나온단다. 저가형 브랜드 중에는 쓸만한 거였는데 나온 지 1년만에 사라져 버리는구나. 6월 15일까지 교환된다고 하니 뻑난 씨디를 조만간 또 가져가야 한다. acer로 50장을 샀다.

배가 고픈데, 집에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버거킹에 갔다. 용산에는 눈에 띄는 곳에는 식당이 없다. 한 골목 들어가면 얼마간 있는지 모르겠지만, 물건 사러 온 사람들이 잠시 요기를 할 만한 곳은 롯데리아와 버거킹이 전부다. 햄버거류 중에 와퍼만한 것은 먹어보지 못했다. 와퍼는 만들어놓고 조금 지나면 양파와 토마토 등에서 물이 많이 나와서 질퍽해 지므로 만들어놓은 게 있는가 살펴야 한다. 만들어놓은 와퍼가 있으면 다른 걸 먹는다. 아, 와퍼가 없다. 냉큼 사다가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혼자 돌아다니다 즐겨 들어가는 패스트푸드점 몇 군데에는 내 자리가 있다. 거기 앉아야지 생각하고 앉은 것은 아닌데, 자주 앉게 되고 나중에는 정 들어서 거기에만 앉는다. 센트럴시티 맥도날드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 오른쪽 벽을 따라 기둥까지 가면 기둥 바로 뒤쪽 오목한 자리가 있는데, 그곳이 내 자리다. 2000년 여름 캠프에서 일찍 돌아왔을 때, 터미널에서 내려 배회하다가 처음 앉은 자리다. 부천 북부역 사거리에 있는 롯데리아 2층 창가의 서쪽 모서리 자리는 작년에 3~4일간 두문불출 하다 지겨워지면 가끔 나와서 김치버거를 먹으면서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하던 자리다.

용산 버거킹은 남쪽 벽에 등을 붙이고 섰을 때 맨 왼쪽 자리다. 더 왼쪽에는 바깥을 향해 배치된 자리가 있긴 한데, 다른 가게 같으면 거기에 앉았겠지만, 거기에 앉으면 보이는게 순 전자제품 뿐이라 그냥 버거킹 내부가 시원스럽게 보이는 이 자리를 좋아한다. 이 가게엔 사람도 별로 없고 시끄러운 음악도 안 틀어서 쉬었다 가기에 아주 좋다. 몇 달만에 한 번씩 앉게 되는 이런 자리에 오면 바로 전에 왔을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그 때의 대략적인 날짜라던지, 그 때 와서 했던 일들, 심지어 그 자리에서 했던 생각까지!

....

실은 오늘 하루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다지 특별한 날도 아니건만. 단편소설이 하나 나올 만큼의 얘기가 쌓여 있지만, 내일까지 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그리고 내일은 내일 몫의 단편소설을 또 경험해야 하므로 어정쩡한 위치에서 줄여야겠다. 수다를 떨다 급한 일이 생각나 갑자기 끝내는 경우야 용서할 수 있는 일 아닌가? ^^


2002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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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pocorall published on May 29, 2002 11:3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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