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가까이 줄창 기차만 탔다.
오전 8시 출발해서 열두시 삼십분 도착.
아파트 열몇 동만 빼면 5층 넘는 건물이 흔치 않은 곳이다.
역앞에 있는 지도를 보니 왠지 만만한 생각이 들어서 걸어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웬만한 도로는 2차선이고 신호등도 없다. 그다지 무질서해 보이지도 않고 눈치껏 잘 지나다니는 차들이 조금 여유있어 보인다.
관청가 앞 식당에 들어갔다. 전라도에서는 원래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큰 양철쟁반에 음식을 담은 그대로 테이블에 내놓나보다. 지난번에 한번은 일일이 그걸 테이블에 내려놨다가 웬 불필요한 일을 하느냐는 식의 완곡한 멘트를 들은 적이 있어서 이번엔 남들처럼 그냥 먹었다.
걸어걸어 십오분쯤 가니 광한루원이 나왔다. 시청에서 광화문 정도의 거리쯤 되는것 같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이 풍류를 즐기다 그네 타는 규수를 헌팅할 만한 분위기가 영 안 받쳐주는 곳이다. 결정적으로 광한루가 보수공사중이다! 오오 T_T 그런데 왜 여기 놀러온 사람들의 70%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것일까...경상도엔 놀만한 공원이 그리 없나...
별로 볼 것도 없고 사람이 많아서 쉴 곳도 마땅치 않고 경상도 사투리만 시끄러워서 한 시간도 안 되어 그냥 나왔다. 나와서 뭐...딱히 갈 데가 있나...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 보니 남원관광단지인가 하는 곳까지 가게 되었는데...역시나 별로 볼 게 없어보이길래 국립민속국악원 앞에서 돌아나왔다. 그렇게 또 어슬렁.
그러다 얼마 안 가서 다시 남원역 앞으로 왔다. 이 동네에선 거짓말도 못 하고 살것 같다. -.- 시간은 두 시 사십오분. 만인의총인가 하는 곳이 있다는데, 기운도 없고 왠지 멀어보여서 그냥 차표를 앞당겨 끊었다. 어차피 여기 와서 뭘 하고 가자고 온건 아니니까...두 시간 반동안의 체재로도 충분했다.
목적지보다도 오히려 기차를 타고간다는 자체가 나한테는 의미가 있다. 넓은 차창으로 흘러가는 전원풍경. 얕은 진동. 아무래도 좋은 마음의 여유. 전라선은 단선인데다 산구릉을 이리저리 돌아나가는 맛이 좋다. 공장 일색의 풍경에다 바삐 지나가는 상행선 열차가 거슬리는 경부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음...
원래 이렇게 길게 쓰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 여튼,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고, 오랜만에 책이나 뒤적이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수업도 홀딱 짼 것이...-.-) 수업이야...뭐...다음 시간에 알아서 따라잡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