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할머니가 살기가 외로워서 그래요. 하나만 도와주세요"

외로워서?
'힘들어서'라고 했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걸까? 하긴...지하철에서 행상 하는 노인이라면 외롭겠지. 가난도 문제지만, 외로워서 나왔을거야.

천원을 쥐어주고 삼백원짜리 가나 초콜렛을 집어왔지. 눈깔사탕 하나라도 더 집어주려는 걸, "저는 초콜렛만 있으면 돼요"

쓸데없는 데에다 돈을 쓴다는 듯이 쳐다보는 녀석에게 "저 할머니는 이모션 마케팅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사업가야"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는 언제쯤 생길까.

이해심 많고 꼼꼼한 여인의 미소 같은게 내 곁에도 있었다면 살기가 덜 외로울 지도 모르지.
버스로 갈아타고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초콜렛을 뜯어먹는다.
차가 막혔으면 좋겠다.

2002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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