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변에서는 십 년 묵은 책벌레는 책벌레 취급도 못 받슴다
고저 이십 년은 묵어야 아, 이놈이 쪼오끔 컸구나 이럼다
이놈을 책갈피에 놓고 짜부를 시켜 만든 거이 술안주로 와따임다


덮어둔 책이 일어서더니
책갈피가 벌렁벌렁 벌어진다
끈끈한 활자를 줄줄 흘리며 달겨드는 저 책갈피
덮으려 애를 써도 잠깐 사이에 다시 나타나 혀를 낼름거린다
저기에 빠지면 나뭇가지에 늘어진 시계 모양으로 알멩이만 쭉쭉 빨리리라
사람 살려!


노름꾼의 말로는 어떠한가? 아니면 술꾼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엔 죽어도 좋다던 사람은 결국 죽기 전에 도를 알고 갔던가는 모르는 일이지만
고무래 놓고 고무래 정字도 모르는 우리 할머니는 지금도 숨만 잘 쉬시더라

2001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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