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2000/04/23 03:38:01 유니텔 kuorch에서 퍼옴

1. 요새 이렇게 글 쓰는게 유행인가봅니다. 치윤이가 원조인것 같은데,
이런 스타일을 애용하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네요.
남들 다 하니까 같이 따라하는 성호.

2. 요새 글을 좀 자주 쓰게 되네요. 매일 하나씩 쓰고 있으니...
요즘 써클실에 매일같이 출석하지 못하는데다 원래 글을 이리저리 뜯어고쳐
가면서 쓰는걸 좋아해서 아무래도 자판으로 글을 더 자주 쓰게되는듯
합니다. 상대적으로 야사집 글을 뜸하게 쓰는데...
뜸하게 쓰기엔 쑥이 제일이란 생각이 드네요.

3. 검색으로 몇몇 사람들의 예전 글을 찾아봤습니다. 그냥 쭉 섞여있는걸
보는것보다 이렇게 id별로 찾아보면 그사람에 대해 더 알게되는것 같아서
애용하는 방식입니다. 가끔 제 글도 이렇게 봐요.
그중에 승석이 글이 정말 압권이군요. 스포츠 투데이보다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 추천작: 996 694 592 579
치윤이 글도 참 맛이 난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전에 썼던 '나의 애인은...
(없다)' 읽고 얼마나 웃었는지...
대개 사람들이 유니에 쓰는 글이랑 야사집 글이랑 분위기가 약간 다른데
최윤정이는 야사집을 복사기로 밀어놓은듯한 분위기...^^
다만 윤정이의 개성이 넘치는 필체를 볼 수 없는게 아쉽군요.

4. 오늘은 아침일찍 밖에 나갔다가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맞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하려던 일 취소하고 일찍 집으로 왔는데...웬걸, 집에 오는 도중에
하늘이 확 개어버리고 화창하기까지 하네요? 어저께 비가 오면 아늑함이
어쩌고 하면서 헛소리를 했더니만 벌 받았나 봅니다.

5. 열받는데 하늘은 맑지...
왠지 그냥 집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내린 곳이 역곡역. 저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동네입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매일
전철을 타고 스쳐가면서도 7년이 다 되도록 단 한번도 찾아가보지
않았다는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역 주변은 대단히 많이 변했더군요. 피씨방과 핸드폰 가게를 보면서 예전에
그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은것이 오히려 다행인듯 싶었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예전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10년이 넘게
지나버린 시간들이 다시 살아나 숨쉬는듯 했습니다.

엄마 따라 자주 나갔던 역곡시장도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었고,
그 안에 있던 정육점도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었고,
초등학교의 유관순 동상도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었고,
높아봤자 5층밖에 안 되는 아파트단지도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었고,
우리집 바로 옆에있던 수퍼마켓도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었고,
집앞 놀이터에 뛰어노는 꼬마들마저 그 자리, 그 모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둘러볼수록 그 자리에 없는것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7. 소라 문구.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 선생님의 사모님이 하시던 학교앞 작은
문방구입니다. 반가운 생각에 불쑥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아저씨, 이거 주세요'
한 꼬마가 돈을 건네면서 아저씨라고 부릅니다. 선생님을 그만두시고 가게
운영만 하시나봅니다. 30대 초반의 패기있는 모습으로 기억했는데, 지금
보니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있습니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주인 얼굴부터 쳐다보는
것이 이상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제게 인사를 합니다. 반갑게 안부를
묻고 예전 이야기를 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절대 알아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선생님에게 한참동안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허둥지둥 거뒀습니다.

문방구를 나오는 내 손에는 어떻게 집어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샤프심
한 통이 들려있었습니다.

8. 그렇게 어린시절의 나만 빼고 모든게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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