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ography
인터넷 열풍은 예전에 지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평생직장으로 삼기에 부적합한 직종 상위권에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직업 만족도도 하위권에 머문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은 무기력한 엔지니어의 무덤 같은 곳이다.
나는 시류를 타면서 전망있는 곳으로 옮겨다니는 스타일은 예전부터 아니었다. 암울하든, 희망차든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은 내게는 출생일만큼이나 불변하게 주어진 환경이었고, 착륙을 시도하며 선회하는 비행기처럼 이 분야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왔다. 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버티며 월급날을 기다리는 인생으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원했다. 무기력한 환경 속에서도 나의 꿈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유튜브의 전통에 있다.
난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작가는 원래 배고픈 환경에서 작업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무기력한 환경도 낭만있지 않을까. 낮에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밤에는 작가로 활동했던 카프카처럼.
웹 디자이너는 예전부터 갖고 있는 웹 포트폴리오를, 왜 개발자나 인터넷 사업가들은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는걸까? 나는 디자인에 한정된 웹 포트폴리오보다 확장된 개념으로서, 웹사이트 구성 목적의 개념적 독창성에 주안점을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획, 디자인, 프로그램 등을 포괄하는 디렉팅을 통한 산물로서의 웹사이트 개발 목록을 webography라 제안한다. 영화감독이 filmography를 축적해 가는 것과 같이, 나는 소프트웨어 작가로서 webography를 형성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