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 궁금증

누군가 사랑을 '격렬한 궁금증'이라고 해석한 것을 보았다

난 어떤 사람이 궁금하다
아직 격렬하기까지 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 궁금하다

잠은 편하게 잤는지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직장에선 누구땜에 골탕을 먹고, 누구와 친한지
오늘 저녁엔 집에서 쉬고 있는지,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지
몹시 바쁘다고 하고 만나주지 않는건 단지 바쁘기 때문인지 내게 별 마음이 없다는 의사전달인지
혹은 내가 속으로 바라듯이, 만나고 싶어하지만 너무나 바쁜 나머지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나는 궁금한 것이다

물을 수도 묻지 않을 수도 없는 궁금증을 되뇌이며 전화를 걸다가 안내 목소리를 듣고는 폴더를 닫는다
궁금증은 깊어가지만 기다리는 전화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배터리가 다 됐거나
전화기를 두고 나갔거나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미처 전화할 여유가 없었겠지

오늘은 그냥 자자
예민한 낭만은 사치스런 조바심일 뿐이다
자고 나서 바쁜 아침을 맞이하면 궁금증도 덜할 것이다
뒤늦게 전화를 확인한 그 사람이 연락을 해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연락이 안 와도 그것이 대수인가, 나는 전화를 한 번 했을 뿐이고, 그는 뒤늦게 확인하고 단지 그렇다고 알아뒀을 뿐이다
객관적인 사건은 이것이 전부이다
나머지 긴긴 이야기는 단지 내 머릿속에서 떠도는 것일 뿐

내일 연락이 된다면
연락도 없이 며칠을 지내서 내가 얼마나 궁금해 했는지 아느냐고 따지듯 묻고 싶고
바로 만나고 싶다고, 내가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최대한 반가운 목소리로 안부를 전하고는 여전히 아무 기약을 못한 채 전화를 끊을 것이다

먼저 연락이 오는 축복받은 경우에도
내일 또 전화를 해서 통화가 되는, 내 상상속의 끈기의 결과에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천진하게 대할 것이다
만나고 싶다는 뉘앙스를 희석해서, 그러나 분명히 알아볼 자리에 놓고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재치있게 그것을 피해가는 그의 상냥한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안은 채
다시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된다

pocorall 님이 February 4, 2006 9:04 A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