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곡
삶은 변주곡이다.
팔짱을 끼고 실눈으로 바라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실제로 같은 사람은 없다. 누군가의 주제를 받아서 변주하기도 하고, 동시에 겨루기도 하고, 화음을 맞추기도 한다. 음악은 미리 작곡해 둔 곡을 연주할 수도 있고, 공연 전에 연습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무대에 등을 떠밀려 올라온 초보 연주자이다. 작곡도 연습도 무대에서 해야만 하며,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에도 휴식 시간용 커튼은 내려오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런 조건은 가혹하거나 불공평하지는 않다. 실패와 극복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도 좋은 생각 중 하나이고, 부자든, 빈자든, 세계적인 석학이든, 미국 대통령이든, 사는 것에 처음부터 능숙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리듬은 술과 같아서 복잡한 것을 잊게 한다. 소름돋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지내오지만, 일상의 리듬에 몸을 맏기다 보면 쉽게 늙어갈 수가 있다. 긴 기간에 걸친 짜임새를 생각할 것인가 가벼운 꽁트의 나열로 구성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조금 욕심을 내어본다면 소품의 단아함을 갖춘 대규모 교향곡을 노려볼만 하지 않을까. 어차피 한 번인데,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인생의 범위를 뛰어넘어 역사의 한 마디에 자신을 표현하는데, 이정도 욕심은 부려볼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