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年記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기를 쓴다지만, 내 게으름이란 사실 한 달에 한 번 삶을 정리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해가 넘어갈 때쯤이나 되어야 슬그머니 그동안 뭘 하고 살았던가 헤아려보게 된다. 매일 쓰는 자기 기록은 일기日記이니까, 매년 쓰는 내 기록은 연기年記라고 부르면 적당하지 않을까? 일간 신문과 주간 신문이 다르듯, 일기와 연기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기억할 만한 일들을 조근조근 서술하거나 분석하는 일을 해보고도 싶지만, 삼백 일이 넘는 긴 시간동안의 일 중에서 기록할 만한 일을 택하자면, 분량상 생략되는 사건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망설이게 한다. 게다가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조금씩 써오기도 했으니까 중복되는 내용도 있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기록하는 사건의 분량을 보존하고 그에 대한 인상과 반성은 기억에 의존하는 방법을 택해 보기로 했다. 이것이 올해 이성호의 인생사전에 업데이트된 어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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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피터슨, 박정현, 양귀자, 임양미, 보르헤스, 카프카

pocorall 님이 December 22, 2003 4:14 P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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