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
나는 어느덧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발 아래의 풍경은 서서히 구름 사이로 사라지고, 보이는 것이 몇 남지 않게 되었다. 혼자가 된 것일까? 저 멀리 반대편 봉우리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를 부르려 했지만 너무 멀어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손짓을 했지만 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여전히 발 아래는 구름이었다. 날아볼까? 벼랑을 박차고 달려볼까? 꿈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한 달음에 저곳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구름 사이로 지면이 슬며시 보였다. 저쪽 봉우리의 사람이 내려가는듯 했다. 잠시 허황된 생각에 잠긴 것을 웃어넘기고, 그냥 언덕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2003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