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열차에서
* 질주
자본주의는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이다. 열차의 중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열차에 탑승한 승객의 수도 늘어난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승객은 물론이고 승무원들도 모른다.
* 도주
열차의 동력은 낙오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낙오자의 계열로부터 쉴 틈없이 도주해야 한다. 모두들 겁먹은 표정이 아니면 결연한 다짐으로 입을 꽉 다문 얼굴을 하고 있고, 삶은 끊임없이 도망치는 장면들로 채워진다.
* 탈주
다른 삶을 살려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용기를 감수해야 한다. 도주에만 익숙했던 삶을 어떤 식으로 다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기획도 필요하다. 가장 창조적인 도전인 탈주는 아직도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2003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