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요즘 하는 일은 네이트 에어(http://air.nate.com)서비스의 정보 제공자와 SKT관계자가 열람할 수 있는 사용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노력은 한다고 했지만, 일이 꼬이는 바람에 늦게까지 야근을 하게 되어서 나 자신은 그다지 흥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 이 시스템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 일이 얼마나 보람된 일이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비관적이다. 네이트 에어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아서 정확한 평은 되지 못하겠지만, 웹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설명이나 체험판 컨텐트들을 보면, 코묻은 돈 긁어내겠다는 의도 이상으로 별다른 산뜻한 느낌을 남기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일 하는 사람은 완전하게 일로부터 소외돼버리는 것이다. 일이 돈을 벌어다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면, 일을 통해 만들어진 산물에 대한 책임감도 자연히 외면하게 된다. "나는 그냥 먹고 살기 위해 한 일인데, 그것이 무슨 목적에 쓰이든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렇다. 산출물에 대해서 가치론적으로 따져들고 고르다 보면 입에 들어오는 밥이 끊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일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솔직하게 반성하기란 영 껄끄러운 일인 것이다.

아멜리 뿔랑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어릴적 추억이 든 장난감 상자를 찾아다 주는 일과, 네이트 에어 통계시스템을 개발하는 일 중에 어느 것이 더 해볼 만한 일일까? 나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

2003년 3월 10일

pocorall 님이 March 11, 2003 12:23 A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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