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보
정치적 격변으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20세기까지는 한 사람은 한 세대만을 살았다. 어떤 이가 늙을 때까지 그의 생활 양식이나 가치관을 지켜줄 수 있을만큼 기술은 너그럽게 발전했다. 다만 그 아래 세대와의 경험과 생활양식의 차이에서 오는 가치의 갈등이 문제가 되었다. 기술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21세기를 바라보는 구비를 넘으면서는 기술변화로 인한 갈등이 새로운 차원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격차를 느끼는 세대의 간격이 좁아졌다는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생활양식과 가치의 우위를 일관성있게 고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무 기기의 중심에 컴퓨터가 자리하고, 사람들 손에 핸드폰이 들려지고, 모뎀이 사라지는 데에는 각각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어떤 변화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전통을 엎고 새로운 방식이 채택되었다.
기술은 자본의 지원을 업고 육중한 기세로 진보한다. 슬픈 일이지만 그 진보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조절한다거나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인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무어의 법칙이 말해주듯, 기술은 지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점점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에 인간과 사회가 어느 정도나 내구력을 갖고 있는지가 시험에 오르고 있다.
2003년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