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를 호소합니다.

나는 이기주의자입니다. 나밖에 모릅니다.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싶지도 않은 일을 누군가가 시킨다면 불만에 가득찰 것이고, 내가 한 일이 모르는 사이에 남의 배를 채운다는 걸 알았다면 대단히 화를 낼 겁니다.

쓸데없이 간섭하는 사람 없이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을 쉽게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경쟁시대이고, 힘을 얻으려면 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현재의 행복은 당분간 양보해야 합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무엇에 쓸모있는지도 모르는 공부를 꾸역꾸역 해야 했고, 취직을 하기 위해 학점에 영어는 기본이고 자격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답니다. 직장생활 중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쉼없이 관리해야 하고, 승진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한답니다. 그러면 수십 명 중 한 명 꼴의 확률로 출세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하는 위치에 올라서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지위에 도전할 터이고, 내가 가진 기득권으로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다 생각해 봅니다. 경쟁력을 갖추려고 그동안 양보했던 행복은 언제 찾을 수 있을까?

교통 체증이 심한 교차로에서, 앞의 차가 빠지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자기 차의 머리를 들이밀다가 서로 엉키게 되어 아무도 지나갈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남을 생각하지 않는 무리한 경쟁의 결과,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는 교차로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나는 이기주의자이지만, 현명해지기로 했습니다. 두 발자국 앞으로 나가기 위해 한 발자국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문제는, 서로를 경쟁상대로 삼아 이겨야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문제로 삼고 협력해야 해결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경쟁자의 눈치를 보아왔고 강자에게 비굴해야 했습니다.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 비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강대국 아래 비굴해지지 않고
전쟁위협 속에 증오심을 키우지 않고
학벌을 따기 위해 젊음이 상처받지 않고
요행히 돈을 벌 수는 없을까 눈치를 굴리지 않는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당당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약자와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면서 한편으로 모두를 위한 정당입니다.
강자와 약자가 구분되는 사회, 강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사회를 바꾸고, 약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약자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공존과 협력 속에서 모두가 강자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주노동당은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합니다. 부유세 제정으로 복지사회를 이루고, 각종 민생법안 개발로 서민생활을 보호합니다. SOFA개정을 어떤 기성정당보다 먼저 주장해 왔으며, 미국에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평화를 통한 한반도 군축을 주장합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표는 결코 사표死票가 아닙니다. 득표율이 높으면 민주노동당이 언론에 조금이라도 더 정당하게 보도될 수 있으며, 당에서 제안하는 정책이나 법안이 좀 더 힘있게 추진될 수 있고, 민주노동당을 몰라서 지지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습니다. 기성 정당의 어떤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 당에 표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같은 상황은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당선자를 내지는 못할지라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한 표는 미래를 위한 값진 투자가 됩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여러분의 한 표를 호소합니다.


2002년 12월 13일

pocorall 님이 December 14, 2002 6:57 P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