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영화 한 편을 볼 때, 백 분 안팎의 시간동안 수많은 내용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극중 인물들이 만났다가 헤어지고, 재회하고, 그 과정에서 주고받는 대사 하며, 배우들의 연기력이라든지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 음악....... 그래도 누군가 "그 영화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좋았어"라고 짧게 대답할 수 있다는 건 언어의 편리함 중의 하나인것 같습니다. 본 걸 다 이야기하려면 상영시간보다 더 오래 수다를 떨어야 할 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단지 "좋았어"라고만 말한다면, 담기지 못한 그 많은 대목들을 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겁니다. 말의 길이를 불리지 않고 많이 표현하고 싶어지면 거기에서부터 詩가 시작되는가 봅니다.
오늘 오케스트라 총회에 갔다 왔습니다.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그냥 "좋았어"라고 대답할까 합니다. 문학적 재능이 모자라 단지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은 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하는군요.
2002년 8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