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반복이라니!
난 음악을 들을 때 반복을 켜놓고 듣지 않는다. 가끔 자세히 뜯어듣고 싶거나 잔뜩 취하고 싶을 때 반복시켜놓기는 하지만, 습관적으로 몇 곡을 계속 들으면서 딴 짓을 하는 일은 없다.
음악을 틀어놨으면 그 음악에 어느정도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작곡가나 연주자에게 예의를 차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환경이나 마음가짐이 갖춰져 있어야 곡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귀를 자세히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음악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 듣는 이가 그 곡이 펼치는 유희에 동참하려고 노력할수록 음악은 음악다워진다. '어떤 곡을 듣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찾아서 클릭을 하는 일은 이렇게 동참하는 과정의 최소한인데, 반복은 이마저도 생략한다.
내게는 음악이 한계효용 체감이 심하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훨씬 못하다. 다시 들을 때 그 음악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무한반복으로 듣고자 하는 사람이 어디 매번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만큼 귀기울여 듣겠는가? 배경으로 흘려 놓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러면 아주 쉽게 피로해진다. 음악은 귀에 익고 의식에서 벗어날수록 듣는 보람이 없어진다. 플레이를 눌렀으면 뭔가 바라는 게 있을텐데, 같은 멜로디에 익숙해져서 신경도 쓰지 않게 된다니, 이건 좀 이상하다. 게다가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해야 할 경우에는 배경으로 깔아놓은 음악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이 사이트에 깔리는 음악은 한 번만 나오도록 되어 있다. 새로운 음악이 올라왔을 때,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면 편안한 곳에 기대앉거나 단순한 일을 하면서 차분히 한 번 정도는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한 곡이 오래 올라와 있어서 너무 많이 들었다던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싶다면 Esc키를 눌러서 음악은 꺼볼 것을 여러분에게도 권한다.
2002년 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