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블루] 음반리뷰 중에서...

비트겐쉬타인이었던가. 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침묵은 죽음의 다른 이름이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끝없이 지저귀니까. 국민학교 교실에 가본 적이 있니. 교실 뒤편 벽에 보면 이런 저런 표어들이나 급훈들이 붙어 있었지. 생각해보면 그 중에 가장 흔했던 건 언제나 정숙이었어.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한참 뒤에야 깨닫았지. 몇년 뒤 중학교에 올라오니까 복도에서 뛰어다니지 말라고 하더군. 그건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어. 참을 수 없었던 아이들은 자율학습 시간에 혼자 학교 옥상에 올라가 눈을 감고 뛰어내렸었던 기억이 나. 대학에 들어오면 그래서 진짜 조용해. 살아남은 아이들은 영어책을 들고 중앙 도서관으로 갔지. 침묵의 카르텔 같은거야. 나중에 군대에 가면 다시 강제로 똑같은 말들을 지껄이게 하고 입에서 거품을 물 때까지 뛰어다니라고 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지. 침묵에 관한 이야기였던가.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침묵에 관해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나는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거야. 순결한 아름다움은 왜 슬품에 닿아있는가라는 이야기. 그리하여 아름다움의 끝은 왜 언제나 죽음인가라는 것. 괜찮아. 듣고 싶지 않으면 리모콘을 돌려도 상관 없어. 어차피 나도 이젠 신물이 나니까. 그런데 군대엘 갔다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지 아니. 그 다음에는 텔레비전이 대신 떠들어줘. 근사하지.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는 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해. 너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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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inorblue.com/Album/Yungchen%20Lhamo.htm
에서 퍼온 글.

음반 리뷰에 이렇게 쓰다니...으으음...

pocorall 님이 February 11, 2002 2:10 A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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